세계화는 끝났다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글로벌화는 끝나지 않았다. 다만 성격이 바뀌었을 뿐”이라고 단언한다. 공급망은 지역화되고, 기술은 자국 중심으로 재편되지만, 기업은 여전히 다자간 협력을 무시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TikTok 규제 논란은 단순한 앱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미·중 디지털 패권 경쟁의 상징이자, 글로벌 인터넷 거버넌스가 어떻게 변할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다. 기업들은 특정 기술이나 데이터 접근이 언제든 국가 정책에 의해 제한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McKinsey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지정학 리스크가 글로벌 비즈니스 전략에 미치는 영향은 10년 전보다 두 배 이상 커졌다. 특히 공급망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배터리, 식량, 에너지 분야 기업들은 새로운 거버넌스 체계와 규제 대응 능력을 전략적 자산으로 삼아야 한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연구는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이사회 차원에서 기후 거버넌스를 논의하는 기업들이 성장성과 신뢰도 모두에서 우위에 섰다는 것이다. 즉, 글로벌 거버넌스는 더 이상 국제 정치 무대의 이야기가 아니라, 기업의 전략회의 테이블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한국 기업 역시 이러한 변화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이 추진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공급망 재편 전략은 위험이자 기회다.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시장의 성장세와 자원 경쟁은 또 다른 확장 가능성을 제시한다.

기업은 이 모든 변화를 “어디에서 글로벌 플레이어로 남을 것인가, 어디에서 지역적 생존 전략을 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압축해야 한다. 단순한 시장 진출이 아니라, 글로벌 규범 형성 과정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글로벌 거버넌스는 더 복잡해지고, 다자 협상보다는 블록 단위 협력과 경쟁이 동시에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민첩성, 외교적 감각, 정책 대응 능력이 생존의 핵심 역량이 된다.

요컨대, 글로벌 거버넌스는 더 이상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은 이제 “정책과 지정학이 곧 경영 전략의 일부”라는 인식을 가져야 하며, 이는 Acon과 같은 지식 플랫폼이 반드시 제공해야 할 인사이트다.